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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40년' 만든 여성들 "두려움에 떨며 살 바엔 마녀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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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30 10:37 조회3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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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례21>

[프로젝트 '너머n']추적단 불꽃이 만난 DSO.. 2016년 소라넷 폐지 이끌고 성착취 용어 바꿔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날이 무뎌졌다는 점에서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음란물, 국산 야동은 없다. 그것은 디지털성폭력’이다. 그의 운동은 이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그는 온라인 음지에서 벌어지던 폭력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나와 기어이 드러나게 했다. “이 영상이 진짜라는 보장이 있냐?”는 수사기관의 ‘폭력’과 부딪히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싸웠다. 그리고 불법영상 공유와 성폭행 모의가 이뤄지던 사이트 ‘소라넷’을 폐지시켰다. 그는 불법영상물을 쫓는 하이에나, 하예나 전 디지털성범죄아웃(DSO·Digital Sexual Crime Out) 대표다.

하 전 대표에게 평소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추적단 불꽃’은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스치는 가을바람이 유난히 따스하던 지난 10월29일, 서울의 한 맛집에서 만났다. 식당 문 앞에 서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게 무색할 만큼, 우리는 3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가해자들의 가해 행위를 이야기하며 분노로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이따금 20대의 일상을 나누며 깔깔 웃기도 했다.

‘음란물’→‘성착취물’ 용어 바꾸기

2015년 소라넷에선 ‘강간’ 인증 글이 날마다 2개 이상 올라왔다. 소라넷은 불법촬영 영상이 올라오고, 초대남(공범)을 모집해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는 걸 모의하는 창구이기도 했다. 하 전 대표를 포함한 여성들이 모여 소라넷 회원들의 범죄를 알리고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소라넷 아웃 프로젝트’를 소셜미디어에서 시작했다. DSO는 ‘소라넷 아웃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예나 전 대표가 2016년 정식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활동으로 17년간 유지된 소라넷이 2016년 6월, 결국 공식적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소라넷이 폐쇄된 이후에도 DSO는 성착취물이 올라오는 ‘유사 소라넷’ 사이트를 밤새워 모니터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가해자 중심의 ‘음란물’이 아닌 ‘디지털성범죄’로, ‘야동’ 사이트가 아닌 ‘성폭력’ 사이트로 용어를 바꾸는 운동도 함께 했다. 2020년 6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바뀐 것은 DSO 같은 여성들이 용어 변경에 힘썼기 때문이다.

디지털성범죄와 싸우며 하 전 대표는 ‘마녀’가 되기로 했다. “두려움에 떨며 살 바에는 (차라리) 마녀가 될 것이다. 불태워지는 마녀가 아닌 그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마녀가 될 것”이라는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욕먹을지언정 할 일 다 하는 여성이 되기로 작정했다.

마녀가 되길 자처하며 ‘디지털성범죄’와 맞섰지만, 범죄 하나와 싸운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왜곡된 성인식·여성혐오와 맞짱 뜨고 이겨내야만 했다. 소라넷 이후로도 ‘웰컴투비디오’, ‘웹하드 카르텔’, 대학가 단톡방, 버닝썬, n번방, 박사방까지…. 5년 넘는 기간에 디지털성범죄를 가깝게 바라본 그를 지치게 한 것은 수사기관의 무관심이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지?”

불법영상물을 ‘야동’이라 희화화하고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던 2015년 당시 경찰의 대응은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소라넷에서 실시간으로 여성을 성폭행하는 상황이 영상으로 올라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게 진짜라는 보장이 있냐고 되물었다.” 소라넷 이후로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수년간 무관심이 반복되다보니 하 전 대표는 지쳤다. 그리고 DSO는 부족한 활동가 수와 인건비 등의 이유로 2019년 12월31일 약 4년 만에 활동을 멈췄다.

수사기관의 무관심은 ‘추적단 불꽃’도 겪은 일이었다. 2019년 7월 n번방을 발견하고, 경찰청 본청에 전화했을 때 “피해자 본인이냐. 피해자가 아니면 신고가 어렵다”는 경찰의 안일한 태도를 겪고 절망했던 게 떠올랐다. ‘텔레그램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도 경찰서를 찾아가면 “텔레그램은 못 잡아요”라는 말을 되풀이해 들어야 했다. 다행히 n번방 사건이 공론화한 2020년 3월 이후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텔레그램 등 해외 기반 플랫폼 내 디지털성범죄를 두고 이제는 “잡지 못한다”가 아니라 “반드시 잡힌다”고 말한다.

일할 때는 매일매일 불만이 넘쳤다. “‘내가 왜 이런 일을 이렇게 고생하면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 전 대표가 말했다. 성범죄를 고발하고 취재하는 일은, 개개인의 여성이 아닌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않나.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활동을 멈추지 못했다.

하 전 대표는 2020년 1월,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서 쓴 자신의 에세이 ‘디지털 세계는 여성에게도 친절했는가’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2015년 소라넷 폐지 운동을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혀를 찼다. 소라넷이 사라져도 어차피 디지털성폭력은 존재할 거라고,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이 문장이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 전 대표가 겪은 일을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페미니스트가 지닌 감정과 맞닿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디지털성범죄와 싸워야 할까. 느리지만 바뀌고 있는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DSO 활동을 하며 n번방 같은 디지털성범죄를 숱하게 봤을 하 전 대표는,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아동 음란물이 아닌 ‘아동 성착취’라는 말을 듣고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이 여성이 없었다면 이길 수 없었겠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날이 무뎌졌다는 점에서,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하 전 대표와 인터뷰하는 내내 ‘이 여성이 없었다면 한국은 디지털성폭력과 싸워 이길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추적단 불꽃’이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있었던 건, 하 전 대표 같은 여성들이 5년 전부터 계속 소리 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건 연대하는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회운동을 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이 일을 하다보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막막할 때가 많은데, ‘우리’부터 바뀌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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