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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대처 방향 근본적으로 틀려.. 피해자 치유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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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06 14:02 조회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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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학교 폭력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화해’와 ‘용서’입니다.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이 핵심인데, 현장에선 학교 폭력 사건을 일반 범죄 사건처럼 취급해버리는 게 문제죠.”
문용린(74)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학교 폭력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그는 현재 청소년 폭력 예방 전문 기관의 수장으로서 학교 폭력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다. 문 이사장은 “사건의 당사자들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인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 등이 개입되다 보니 학교 폭력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폭력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라지지 않는 학교 폭력… 이젠 사이버 공간으로
코로나19 시대에도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폭력의 무대가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이 최근 발표한 ‘학교 폭력·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16.3%로, 지난해(5.3%)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학교 폭력은 피해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 심각하지만, 현장 가까이에 자리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유린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학교 폭력의 양상은 20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더 은밀하게 사이버 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정서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청소년들의 행동 가능 영역이 넓어져 학교 폭력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 폭력은 선진국병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중요한 건 피해 학생들이 심리적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폭 미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학교 폭력은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유명인을 중심으로 ‘학폭 미투’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학교 폭력 ‘재연 현상’이 크게 발생했다. 이에 대해 문 이사장은 “학교 폭력이 벌어진 당시 피해 극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투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깨진 관계를 회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상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이뤄진다. 피해자를 보호해 추가로 발생 가능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문 이사장은 “둘 사이에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 조치 등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피해자의 마음은 해결되지 않은 채 고통 속에 그대로 남겨지게 된다”며 “학교 폭력은 발생 즉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감정은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같은 또래로부터 받은 수모감은 수십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줄어드는 감정이 아닌 거죠. 피해 학생들에겐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보다, ‘내가 그때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가 더 중요해요. 학교 폭력을 일반 범죄와 동일한 시선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감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해요.”

담임 교사가 학교 폭력 해결 과정에 적극 나서야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담임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학교 폭력 해결 과정에서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학교 폭력 피해자 중에서도 회복이 잘된 경우는 대부분 교사가 중재를 하며 화해의 장을 마련한 사례”라고 역설했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잘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부담일 수 있겠지만, 담임교사가 두 아이의 관계에 집중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은 녹록지 않다. 그동안 현장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담임 교사가 배제된 채 행정적 판단만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분석이다. 해결 방안도 가해자 처분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학교 폭력 대처 방향의 틀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부모들끼리 싸우다 결국 재판으로 사건을 넘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개입하게 되고, 결과에 불공정이 생길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며 “우선 가해 학생과 부모가 피해 학생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하는 폭력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일종의 괴롭힘과 폭력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 더 큰 피해를 낳게 된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2020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폭력 가해 경험을 한 응답자의 28.1%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 이사장은 “학생들이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의 기억은 평생 이어질 수 있는 고통입니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와의 화해가 병행돼야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선 학생들의 인지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이 바로 그 방법 중 하나인 거고요.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예방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민감도와 자제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학교 폭력 사례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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