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원격수업의 그늘 "학교 못가는 날은 굶는 날, 공황장애 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0-07 09:40 조회30회 댓글0건

본문

<출처 : 중앙일보>

#1 초등학교 5학년 A군은 요즘 일주일에 사흘은 컵라면이나 컵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2회만 등교를 하고 있어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원격 수업 날에는 급식을 먹을 수 없다. A군 부모님은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 중이라 매번 아이들 끼니를 챙기기 어렵다. 아동급식 지원(저소득 가정 아동 결식 예방 사업) 대상에 들면 식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A군은 대상에 들지 못했다. A군 부모가 가진 트럭 한 대와 가게 임차 보증금이 소득으로 잡혀 지원 대상 기준을 소폭 상회했다. 최근에는 가게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급식 지원 대상에서는 빠져있다. 가계는 어려워졌는데 손 내밀 곳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초등학교 저학년(2학년)인 여동생은 매일 등교를 해서 학교 급식을 먹는다는 점이다. A군은 원격 수업 날이면 집에서 홀로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2 어머니(37)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교 4학년 B군은 얼마 전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이 심해진 건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다. B군 어머니는 줌바 댄스 강사로 지역 문화센터 등에서 일했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다. 아이의 우울증보다 큰 문제는 당장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 B군 가족의 수입은 한부모 가족수당 월 20만원이 전부다. B군 어머니는 “난 안 먹어도 괜찮은데 아픈 우리 아이 먹을 것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쏟았다. B군은 아동급식 지원 대상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문화상품권(올해부터 카드 제공) 형태로 제공돼 1년 내내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3 초등학교 3학년 C양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아니, 나았었다. C양은 코로나 발생 이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얼마전 외부에서 파견 온 강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C양은 당장 끼니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졌다. 어렸을 적 가출한 엄마와 공장에 다니는 아버지를 대신해 C양을 돌봐주던 할머니도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상태다. 현재는 센터에서 임시로 보내주는 즉석 밥과 햄, 김 등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 증가, 아동급식 지원률은 하락
코로나19로 학교 등교일이 대폭 줄면서 배고픔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학교 못 가는 날은 밥 굶는 날이 됐다. A군처럼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들도 있다.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9년과 2020년의 취약계층 아동 수는 1만9762명(49만6877명→51만6639명) 증가한 반면 제도권 안에서 ‘아동급식’ 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같은 기간 2만1574명(33만14명→30만8440명) 감소했다. ‘취약계층 대비 아동급식 지원 비율’이 2019년 66.4%에서 2020년 59.7%로 6.7%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학교와 지자체, 급식 사각지대 제대로 대비 안해”
이같은 간극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학교와 지자체가 아동들의 결식 상황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사무총장은 “학교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민했지 등교가 중단되면서 급식을 못 먹게 된 아이들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다”며 “교육적인 측면만 고려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장기적으로 이런 아이들이 생길 거라고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사례를 발굴하면서 아동급식 지원을 연계했어야 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식아동이 생기는 건 생계 곤란 때문이지만, 그보다 돌봄 공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에 센터에 오지 않는 아이들도 많은데 아이들에게 일일이 배달하기에는 인력이 충분치 않다. 돌봄 문제와 연결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줄 수 있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효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대리도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서 영양가 있는 식사가 가능했지만 코로나19로 아동의 대다수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가정환경에 따라 식생활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돌봄 공백 등이 심화되면서 대다수의 결식아동이 '끼니를 때운다'의 개념으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동급식 사업, 지역별 편차도 커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지원 편차가 큰 것도 문제라고 봤다. 신 의원이 입수한 자체별 아동급식 지원율을 보면 경남(79.7%), 울산(73%), 광주(72%)는 높은 반면 인천(41.4%), 세종(47.3%), 전남(50.3%), 부산(51.8%), 서울(52.3%) 등은 낮았다. 아동급식 지원단가도 차이가 컸다. 서울의 경우 식당 1곳당 지원단가(2021년 6월 기준)가 7000~9000원인데 반해 대구ㆍ경북ㆍ전남ㆍ제주는 5000원, 인천ㆍ강원ㆍ충북은 5000~6000원, 부산 5500~8000원이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초생활보장·차상위·한부모·긴급복지 대상 등 취약계층 아동발생이 증가했지만, 이들을 위한 아동급식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영양결핍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급식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 따듯한 한끼를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