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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있으면 지원에 한계"… 가정폭력 피해자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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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3-16 09:14 조회5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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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일보>

40대 김모씨는 지난해 3월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피해자 보호시설(쉼터)에 입소했다. 끔찍한 폭력에서 벗어날 길은 이혼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편이 합의해 주지 않아 이혼 소송이 필요했지만, 수중에 들고 있는 돈이 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김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무료법률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이 어렵다'고 반려돼 다시 한번 좌절했다. 남편과 공동명의로 돼 있는 주택이 발목을 잡았다. 지원 여부를 가르는 자산 기준을 초과했다는 게 반려 이유였다.

정부가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에 '자산 기준'을 적용하면서 피해자 지원에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 14일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가장 큰 사각지대는 김씨의 경우처럼 이혼소송 등을 위한 법률 지원 분야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무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법률지원 담당 기관들에서 자산 기준을 적용해 지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구조공단은 모든 신청자에 중위소득 125% 이하 기준을 두고 있고, 소득기준을 충족해도 소송 승소가액이 3억 원 이상이면 유료 지원으로 전환된다.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은 소송 승소가액이 수천만 원을 초과하면 무료로 지원받을 수 없도록 했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본인 명의 재산이 2억 원 이상이면 무료지원이 어렵다. 통상 이혼소송의 경우 재산분할 청구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주요 기관들이 내세운 기준대로라면 적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무료법률지원을 받기 어렵다.

의료 지원도 대표적 사각지대로 꼽힌다. 정부는 가정폭력에 따른 피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병 등 치료에 필요한 병원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기초생활) 수급 여부를 따져 차등 지원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 상당수가 경제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여부로 지원을 달리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단체들은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을 선별적 복지 시각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대선을 앞둔 지난 2일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선별 지원정책 폐지를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로 보호받으며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여가부는 복지 예산이 아닌 일반 예산으로 모든 피해자를 똑같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게 정부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무료 법률지원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 등에 대해서는 "일부 현장에서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점검 및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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